[ACL] 수원 VS 알 사드 | 진짜 축구는 수원이 했다.[ACL] 수원 VS 알 사드 | 진짜 축구는 수원이 했다.

Posted at 2011. 10. 27. 12:39 | Posted in [낭만] 축구/[축구] 낭만 K-Leage



박주영의 멋진 결승골로 깨끗해져있던 눈이 하루도 못가서 더렵혀진 기분입니다.

준결승 1차전에서 치졸함의 극치를 보여줬던 알 사드가 2차전에서도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데요. 의도적인 경기지연, 하나 둘 앓아눕는 선수들, 심판의 편파판정, 정말 중동 축구를 보고 있자면 '축구가 이렇게 짜증나고 수준 떨어지는 스포츠였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챔피언스 리그'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국 리그를 대표하고 나왔으면 좀 더 자부심을 가지고 페어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그들 '전통'의 전술을 세계에 알리고 싶기라도 한건지. 중동 리그는 정말 대단(?)하겠네요. 아마도 중동 리그에서 축구는 공을 차면서, 패스하고, 슛하는 시간보다 선수들이 잔디위에 누워있는 시간이 더 긴 스포츠일겁니다.

그래도 수원의 파이팅은 진짜 축구였습니다. 그렇게 경기하기 힘든 순간에서도 90분내내 페어플레이를 펼치려 노력하는 모습과, 적극적이고 활발한 플레이를 끝까지 보여줬으니까요. 알 사드는 눈 앞에서 그런 플레이를 보면서 느끼는게 눈꼽만큼도 없을까요. 느끼는게 없다면 그들의 학습능력에 대단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그토록 세계적으로 질타받는 침대축구를 꾸준히 질리지 않고 구사하고 있을테니까요.

이 한 경기를 통해 느낀 희노애락 한번에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하나씩 나열하자면



喜 장은의 멋진 추격골



전반 7분만에 터진 오장은의 골은 수원에게 역전의 희망을 가져왔습니다. 염기훈의 코너킥이 패널티 박스안으로 들어오고 혼전 후에 오장은이 멋진 발리슛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무려 83분. 수원에게는 큰 희망을, 알 사드에게는 위협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였습니다. 그 이후 알 사드는 더욱 노골적인 시간지연과 침대축구로 수비적인 모습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더구나 주심의 편파판정은 더욱 심해졌고요. 아이러니하게 수원에게는 이 골 이후가 고난의 시작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드의 든든한 12번째 선수. 주심



아무래도 수원을 응원하다보니 수원에게 불리한 판정이 나올 때마다 편파판정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국제경기인만큼 제 착각이라고 생각했었죠. 수원입장에서만 보지 않고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판정을 좋게 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왠걸. 처음에는 조금 수원이 억울할 법한 판정이 생기는 가 했지만 심판들도 사람인지라 실수라고 생각할려고 노력했죠. 아. 역시 제 착각이였습니다. 심판은 사람이죠. 이 날 심판은 오일머니에 더렵혀진, 혹은 중동팬인 사람. 그런 사람이더군요. 몸에 닿기만 해도 수원 파울, 알 사드 선수 혼자 넘어져도 수원 파울, 알 사드에게 파울 당해도 수원 파울. 그렇지만 알 사드의 침대축구에는 관대한 부처님. 정말 대단한 판정이였습니다.



오장은의 골 이후, 동점골을 터뜨릴 수 있다고 사기가 오른 수원의 공격이 더욱 물이 올라서인지 이런 편파판정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경기 종료에 가까울 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지더군요. 후반전에 마토 옆에서 혼자 넘어지는데 마토 파울을 주는 모습을 보고 이 경기는 가망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주심이 한 팀 편인데, 이건 바로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가 와도 못 이길 겁니다. 그런 의미로 이 날 MOM은 주심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짝.



통의 침대축구의 시작. 이게 그들의 정체성이다.

경기 중간 중간에 보여지던 침대축구는 후반전 중반을 지나자 그 절정을 보여줬습니다. 충돌만 있으면 드러누워버리니까 수원쪽에서는 아예 충돌도 없게해서 그들이 누울 수 있는 요인을 주지 않았는데요. 맙소사. 아예 그냥 혼자 눕습니다. 뛰다가 그런것도 아니고 걷다가 그냥 주변 한번보더니 안방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눕습니다. 그리고 그 특유의 찡그림 한 두번 정도 지어주는 센스까지. 정말 지겹지도 않은지 계속 눕더군요. 아무리 알 사드 편인 주심도 노골적인 드러눕기에 눈치가 보였는지 일으켜서 경기장 밖에서 치료받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본래같으면 카드가 나와야하는 순간들이였습니다.


알 사드 선수중 하나가 혼자 서있다가 고통스럽게 쓰러진 후 몰래 웃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자기도 웃기긴 했던 모양이죠. 중계 해설 위원님과 TV를 보던 필자는 동시에 어의없는 웃음이 나오더군요. 지난 경기 불명예한 일로 퇴장 당해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니앙과 케이타의 웃는 장면도 카메라에 잡히더군요.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선수였지만 이제 그렇지 못한 이유를 알겠더군요.마지막 이들의 전통침대축구의 피날레는 골키퍼가 장식했습니다. 알 사드의 경기지연에 비해 턱 없이 짧았던 추가시간 3분이 나온후 ( 10분도 모자르겠다..) 알 사드의 골키퍼는 혼자 그대로 누워버립니다. 그리고 3분을 다채우더군요. 해설위원님의 말이 떠오르네요.

'골키퍼가 다리에 쥐가 나는건 처음보네요' '하프타임 때 뛰기라도 했나보죠.'



시간 지연부터, 수원의 공격흐름 끊기까지. 이건 비매너라고 하기도 아까울 정도로 뭐라 말할 단어가 없는 플레이였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게 그들의 수준인걸. 결국 자기들이 자기들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스스로 국제적으로 광고하는것 밖에 더 되겠습니까. 이런 경기보면서 좋다고 웃는 관중들을 보면서 그냥 축구팀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축구팀 하나보고 그 나라에 대해 판단하는건 무리가 있겠지만 저런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 자국에 있다면 보통 다른 나라보다 자국 팬들이 먼저 질타를 할겁니다. 하지만 저 나라 팬들은 좋다네요. 그냥 좋다네요. 안 좋은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저 나라 카타르의 수준이 보였습니다. 월드컵도 정말 정말 기대되는 나라네요.




와중에도 빛난 슈퍼 세이브 정성룡.

알 사드와의 1차전에서 2번째 골로 수원 선수 모두가 분노로 치를 떨었겠지만, 정성룡은 눈앞에서 골을 봤던 만큼 더욱 이를 갈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경기에서 정성룡은 엄청난 슈퍼세이브들을 보여줬습니다. 한 골 따라잡은 상황에서 더 점수차가 벌어질 수 없었기에 더욱 분발했던 것도 있겠지만, 골키퍼로서 눈앞에서 더러운 골이 골망을 흔드는 걸 봤던 정성룡의 투지가 불타올랐던 것 같습니다.



박현범과 마토의 안타까웠던 득점찬스를 포함해 후반전에서 다리에 힘이 풀릴정도로 열심히 뛰어준 수원 선수들의 파이팅은 도저히 두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알 사드의 부끄러운 플레이에도 빛났습니다. 결승에는 알 사드가 올라갔지만, 진짜 축구는 수원이 했습니다.



진짜  소 찬양 닥공 전북느님을 믿는다!

수원이 이겼으면 무엇보다 좋았겠지만, 전북이 결승에서 알 사드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진짜 축구로 알 사드를 응징해 드러누울 틈도 없이 닥공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이건 단지 K-리그 팬로서의 만족이 아닌 아시아 축구의 문제입니다. 세계적으로 수준이 낮다는 선입견을 많은 아시아축구가 최근 많은 선수가 유럽 리그에 진출하고,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등, 어렵게 어렵게 위상을 올리고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전파를 탔던 챔피언스 리그에서 아시아 망신만 시키는 플레이의 알 사드가 결승에 올라간 것도 부끄러운데, 우승까지 하면 정말 '아시아 축구는 여전히 막장이구나' 라는 소리밖에 못 들을 겁니다. 막강한 화력의 공격축구를 내세우는 전북이 우승해서, 아시아 축구를 대표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전북이 알 사드에게 계속 된 공격으로 다득점을 기록하면, 알 사드의 그 연약하던 선수들은 잔디에 등붙일 틈 없이 일어날겁니다. 그러면 최소한 결승전을 보는 세계 축구팬들에게서 중동의 부끄러운 침대축구를 보여주지 않아도 되겠죠. 만약 알 사드가 우승해서 이런 팀이 아시아를 대표해 클럽 월드컵에 나간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네요.


치졸한 플레이의 알 사드와의 힘겨운 경기에서, 끝까지 진짜 축구를 했던 수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경기에서 패했다고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됩니다. 부끄러워해야 할 건, 당신들이 아닌 알 시드입니다. 
전북이 수원처럼 진짜 축구로 결국 치졸한 축구를 승리하는 해피엔딩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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